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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돔은 '손맛'이 아니라 '힘맛'
중국붕어의 갸날픈 손맛에 지친 꾼들이 묵직한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글라스대에 묶인 원줄 4호, 목줄 3합사, 붕어바늘 12호 이상, 뜰채는 당연히 필수! 잉어 낚시 채비가 아니다. 역돔을 끌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일 뿐이다. 붕어로 치면 준척에 해당하는 30cm급의 역돔이 내는 힘은 댐 잉어 이상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꾼들은 그것을 '힘맛'이라고 부른다. 튼실한 채비와 파워풀한 역돔의 힘을 제압할 마음의 준비가 됐으면 이제부터 역돔 낚시를 시작해보자.
역돔낚시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역돔의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다. 역돔은 바닥에 직경 약 30cm, 깊이 7∼10cm의 사발모양 구멍을 파고 그 곳을 보금자리이자 산란장으로 이용한다. 우선 찌톱 전체를 수면 위로 나오게 찌맞춤을 해서 던진 다음 살살 끈다. 그러다 구멍에 안착하게 되면 찌는 7cm 이상 쑥 가라앉게 되는데 바로 그곳이 역돔의 보금자리이자 입질을 받아낼 수 있는 포인트다. 당장 입질이 없더라도 기다린다. 자기 집 만들기가 귀찮아 회유하던 놈들이 빈 구멍을 찾아 들어오기 때문이다.
입질은 밤보다 해가 뜨면서 잦아지는데 수온이 한참 오르는 한낮에 가장 빈도수가 많다. 이는 역돔이 24∼30℃ 사이의 수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열대성 어종이기 때문이다. 입질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피라미처럼 깐죽거리는 입질, 옆으로 가면서 한마디씩 올려주는 입질, 옆으로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바로 그것인데 챔질시기는 세가지 모두 찌가 움직이는 도중에 힘껏 당겨주면 헛챔질을 줄일 수 있다.
미끼는 새우가루나 어분이 섞인 동물성 떡밥이 주로 사용된다. 많은 꾼들이 빈바늘 낚시를 많이 시도하는데 이는 훌치기 낚시와 다르지 않아 주둥이 주변이나 배·꼬리에 걸려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상적인 입질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역돔낚시는 역돔이 자연서식이 불가능해 양어장에서만 가능하고 그 시기도 6월 중순에서 9월 중순으로 한정되어있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돔만을 찾는 꾼들이 조심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힘맛'이라 불리는 역돔의 엽기적인 힘에 있다. 부수적으로 역돔은 '입맛'까지 쏠쏠히 자극한다. 90년대 초반에는 횟집이나 수산시장에서 바다돔이라고 속여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먹는 사람들도 그냥 그런 줄 알고 맛있게 먹었다니 가히 그 맛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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